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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읽기

타오르는 6월의 달콤한 낮잠

꿈꾸는 한여사 2022. 11. 1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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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aming June | 프레더릭 레이턴 ( Frederic Leighton) | 1895 

 

 이 그림은 19세기 영국의 신고전주의 화가이자 조각가였던 프레더릭 레이턴의 작품입니다. 신화 속 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스풍의 신비스러운 장소에서 대리석으로 된 테라스 너머 은빛으로 반짝이는 바다와 묘한 분위기의 신비스러운 여인의 달콤한 낮잠이 어우러진 이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상향의 편안한 휴식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아늑하고 달콤해 보이는 낮잠의 미학을 표현한 그림 중 최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그림을 바로 봤을 때는  너무나 불편한 자세로 어떻게 저렇게 푹 잘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표정을  들여다보면 불편한 자세와 상반되는 편안하고 완전한 숙면을 취하고 있는 여인의 표정에 묘한 안락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 자세히 그림을 들여다보면  몸의 곡선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실루엣이 완전히 드러나는  얇은 주황색 시폰 드레스를 입고 엄마 배속의 옆으로 누운 태아의 웅크린 자세로 낮잠에 푹 빠진 여인의 모습은 관능적이고 에로틱한 자태를 아름답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폰 드레스의 사실감과 풍부한 입체감이 육감적인 여인의 몸을 돋보이게 합니다.  볼은 붉게 상기된 채 누가 옆에서 흔들어도 절대 깰 것 같지 않은  표정은 어떻게 보면 술에 취해서 잠에 곯아떨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혹은 그림 오른쪽 위쪽에 배치된  독성을 가진 협죽도 가지가 내포한 의미로 볼 때 잠을 자듯이 달콤한 잠과 죽음의 경계선 그 어딘가를 묘사했다고도 합니다.  작품명이 뜨거운 7,8월의 여름이 아닌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 초여름의 6월을 뜨거운 6월이라고 지은 것은 아마도 제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세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작품 속 여인의 관능적인 자태에 뜨거운 시선을 담아 그린 화가 레이턴의 의도된 작명이라고 생각됩니다.  두 번째는  그림 속의 장소가 어느 지중해의 여름 낮이 연상되는 것을 볼 때 6월에 벌써 뜨거운 열기가 느껴질 법도 합니다.  세 번째는 여인이 입고 있는 주황색 드레스의 색상에서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겠습니다. 레드의 완전히 붉고 뜨거운 정열적인 이미지가 아닌 주황색으로 표현한 것은 성숙미가 풍기는 나이대의 여성이 아닌 그보다 어린 나이의 미성숙한 여성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주황색을 의도적으로 사용해 6월의 열기를  묘사한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면 세 가지 의미가 모두  혼합된 함축적인  '타오르는 6월'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그림의 실제 모델이었던  도로시 딘(Dorothy Dene 1859~1899)은 레이턴이 이 그림을 위해 6개월 동안이나 공들여 노력을 기울여서 만났던 여인이었는데 신비로운 보랏빛 눈과  붉은 금발을 가진 딘 Dene은 이 그림에 완벽히 부합하는 여인이었습니다.  28살이나 연상이었던 레이턴은 그녀를 아버지처럼 평생 후원했으며 죽으면서 거액의 유산을 물려줄 만큼 깊이 아끼고 사랑했던 여성이었습니다.    

 

프레더릭 레이턴 (Frederic Leighton 1830~1896)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총애를 받아 남작 작위를 받았을 만큼 그 당 시대의 영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화가입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레이턴은 유럽의 이탈리아와 독일 등에서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지내며 예술적 재능을 쌓아갔습니다. 고대 그리스 및 로마 신화와 관련된 역사화, 신화화를 선호해서 전문적으로 그렸습니다. 그의 화풍은 라파엘전파의 회화적 특징을  보여주며 일생동안 정열적이고 성실하게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 예술적 재능과 성실함을 인정받아 빅토리아 시대의 가장 유명한 영국 예술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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