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그림읽기

존 밀레이의 10월의 풍경

꿈꾸는 한여사 2022. 11. 14. 22:12
반응형

                                                      Chill October | 존 에버렛 밀레이 (John Everett Millais) | 1870

                                                            

 밀레이가  1870년에 완성한 스코틀랜드 풍경화인 '차가운 10월'은 밀레이가 스코틀랜드 퍼스(Perth)와 던디(Dundee) 사이 테이 만(Firth of Tay) 어디쯤인가를 우연히 본 풍경을 기차를 타고 지나가다 나중에 다시 찾아와 테이 강(River Tay)의 배수지 플랫폼에 서서 직접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차가운 시월'은 밀레이의 후반기 작품에서 큰 사이즈로 그린 첫 번째 그림으로 밀레이가 만년에 그린 스코틀랜드 풍경화들 가운데 초기 작품에 속합니다.

 이 작품은 황량하고 쓸쓸한 가을의 강가를 디테일하고 세밀하게 묘사한 순수 풍경화입니다. 마치 풍경 사진을 찍은 것처럼 밀레이는 세세하고 섬세하게 캔버스에 포착하여 작은 부분까지 세심한 관찰력으로 강에서 바라본 시월의 경치를 재현했습니다. 그림 소재에 어떠한 비유나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되어 있지 않기에 풍경 그 자체가 그림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노란색과 초록색, 그리고 갈색 색조를 사용하여 서늘하고 황량한 가을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기록된 자료에 의하면 밀레이는 낚시와 사냥을 하기 위해 가을에 퍼스를 방문했고, 가을 색상의 팔레트를 사용하여  가을과 초겨울 진입 전의 황량하고 축축한 황무지, 습지 및, 강변 등 많은 풍경화를 그렸습니다. 황량하고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시월의 풍경이지만 한편으론 차분하게 사색을 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가을 풍경입니다. 가을이 짙어질 무렵 스산하고 외로운 기분이  들 때, 가슴 한 구석에 아련하게 이유 없는 침울함이 차오를 때 역설적이게도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힘이 있는 작품입니다.

 

존 에버렛 밀레이 (John Everett Millais 1829~1896)

 1829년 영국 사우샘프턴의 부유한 사업가의 집안에서 태어난 밀레이는 풍부한 세부묘사와 우아하고 고전적인 섬세함을 지향하며 진실하고 꾸밈없는 자연 묘사를 찬양한 14,15세기의 이탈리아 미술의 영감을 받아 라파엘 전파를 창설한 영국의 화가입니다. 그는 부유한 집안의 경제적 지원과 어머니의 헌신적이고 강한 교육열, 거기다 천재적인 예술적 재능이 합해져 11살의 어린 나이에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한 신동이었습니다. 그는 라파엘 전파 양식의 가장 유명한 대가였는데 그의 작품 <부모 집에 있는 그리스도>는 당시 많은 논란과 혹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이 작품을 두고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고 합니다. 

 밀레이의 초기작들은 철저한 계획과 섬세한 관찰을 바탕으로 그려진 작품들입니다. 그는 여름에 풍경을 스케치하고 겨울에 주로 자신의 작업실에서 이 스케치한 전경에 형상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완성시켰습니다. 그러다 자신의 초기 라파엘 전파 양식에 싫증을 느껴 라파엘 전파에서 탈퇴하게 됩니다. 그는 책의 삽화 작업을 시작으로 1869년에는 주간 신문인 <그래픽>지에 화가로 채용되는데 이후 밀레이의 그림들은 매우 상업적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1870년대에는 돈을 잘 벌 수 있는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가장 높은 보수를 받는 화가가 되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