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그림읽기

마네의 시들지 않는 꽃

꿈꾸는 한여사 2022. 11. 21. 21:10
반응형

 

                                       Pink and Clematis in a Crystal Vase | 에두아르 마네 (Edouard Manet) | 1883

 

 이 그림은   건강이 악화되어 병마에 고통을 받던 인생 마지막 시기에 거동이 불편해진 마네가 그린 첫 야생화 정물화입니다. 지인들이 요양소에 있던  마네를 병문안 오며 가지고 온 꽃들을 꽃병에 꽃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움직임이 힘들어져 큰 화폭에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그는 이런 구도와 대상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사물을 매만지며 그리게 됩니다. 이 꽃들을 통해 자신의 생명은  빛을 잃고 꺼져가지만  싱싱하고 선명한 생명감을 나타내는  꽃들의 순간을 포착해 화폭에 영원히 가두고 싶은  마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디테일하고 세부적으로 대상을 표현하기보단  성글고 간략한 붓질이지만 생동감 있는 대상의 사실적 효과를 표현하는데 집중한 것 같습니다. 즉, 배경과 꽃병의 평면적인 결합을 통해 소재에 입체적인 공간감을 부여하여  대상을 부각시켜 보이는 독창적인 표현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생명감이 넘치는 신선하고 생생한 꽃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시들해지겠지만 마네는 꽃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기포가 보글거리는 꽃병 속의 현상도 포착하여 그릴만큼 생명의 활력에 영원한 아름다움을 부여할 줄 안 위대한 화가였습니다.  결코 정물화가 마네를 대표하는 작품들은 아니었으나 인생 말년의 생명의 덧없음을 잔잔하고 소박하게  그러나 생생하게 표현한 그의 정물화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삶의 소박한 소재들과 아련한 추억에 잠기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네의 정물화를 본 많은 이들은  꽃들의 신선함 아름다움을 영원 속에 가두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 같다고 호평했습니다.   

 

에두아르 마네 (Esourd Manet 1832~1883)

  파리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마네는 사교적인 성격에 세련된 매너와 우아한 복장, 매력적인 카리스마를  내뿜는  인기 많은  그 시대 대표적인 상류층 시민이자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였습니다. 19세기의 현대적인 삶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 시대적 화풍이 사실주의에서 인상파로 넘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는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리더 같은 크나큰 존재였지만  인상주의 화가들의 전시회에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작품을 출품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마네는 권위 있는 기성 살롱전에서 성공하고 인정받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23년간 작품 활동을 하면서 20번이나 살롱전에 작품을 출품했으나 6번 낙선, 호평보단 혹평이 쏟아지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파리 태생이라  시골생활을 불편해했고,  세련된 파리의 도시생활을 사랑해서 그 당시 파리의 현대적인 도시 모습과 파리 시민들의  생활상을  예민하게 포착하여 감각적이고 단순한 선 처리, 성글고 거친 필치로 묘사했습니다.  그의 작품 중 <풀밭 위의 점심 >, <올랭피아>는 대단한 논란과 혹평, 비난을 받았으나 오히려 그의 참신한 표현기법과 자율적이고 독창적인 시각성이 두드러진 작품으로 유명해졌습니다.  평면적인 화면 구성에 배경과 그림 소재를 평평하게 배치하는 기법으로  대상을  부각시켜 보이는 마네의 그림의 힘은 자신이 눈으로 본 대상의 시적인 면을 포착하여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영구히 존속시키는 매력이 있습니다. 혹자는 그가 그린 모든 인물들에서 표정이 안 읽히고 감정이 안 보여 흡사 정물화 같다고  혹평하기도 합니다만, 단조롭고 성의 없어 보이는 묘사에 오히려 어떤 얽매임도 없이 자유로운 붓놀림으로 화폭을 풍부한 색채감으로 채워나간 그의 그림에 대한 신념이 엿보입니다. 자신만의 화풍으로  기성 살롱전에서의 인정과 명예를 애타게 집착했던 마네.  그가 만약 인상주의가 아니라 기성 살롱전에서 인정을 받고 성공했다면 과연 그의 그림을  오늘날의 우리는  어떻게 보고 받아들일까,  기성 살롱전의 입맛에 맛게 그려진 그림들은 마네만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