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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읽기

소로야의 발렌시아 소녀들

꿈꾸는 한여사 2022. 11. 27.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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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 the bath- Valencia | 호아킨 소로야 (Joaquin Sorolla) | 1916 

 

 

 싱그러운 나이의 앳된 소녀들이 바다에서 신나게 해수욕을 한 뒤 개운하게 샤워를 한 후 막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  호아킨 소로야의  '목욕 후 -발렌시아'작품입니다. 흡사 스냅숏을 찍은 것처럼 생동감 있는 순간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그의 화풍은 발렌시아 해변의 아이들이라고 부제를 붙일 만큼 수많은  바닷가의 작품들이  해변과 아이들을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왼쪽의 소녀는 샤워를 마친 후 하늘하늘한  분홍 실크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매만지며 수줍은 미소를 띤 채 소로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듯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싫지 않은 미소를 살포시 보내는 모습을 보니 소로야의  딸들 중 한 명인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오른쪽 소녀는 왼쪽의 소녀와 대비되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약간은 불편한 듯 화면을 응시하지 않고  원피스 입는 것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보니 입에 원피스 앞쪽을 입에 물고 끈을 끌어올리는 제스처에서 약간은 민망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미 소로야의 존재를 눈치채고 불편해하는 것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옷을 갈아입게 임시로 흰 차양막을 급하게 친 듯 오른쪽 끝 흰 천은 찢어져 구멍이 크게 나있고 바람에 흩날리는 흰 천이 걷혀서 보일까 봐 오른쪽 소녀의 손이 마치 급하게 흰 천이 날리지 않게 잡으려는 것처럼 신경 쓰듯이 보입니다.  이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띈 포인트는  왼쪽 금발 소녀가 입고 있는 분홍 실크 원피스입니다. 바람에 흩날려 소녀의 몸 곡선을 따라 착 달라붙어 실루엣이 그대로 보이는 하늘하늘한 원피스의 가볍고 매끄러운 질감이 손에 잡힐 듯 너무나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통풍이 정말 잘되는 소재인 듯합니다.  반대로 오른쪽 소녀가 입고 있는 원피스는 왠지 무거워 보이고 축 늘어진 질감이 왠지 답답해 보이는 소재 같습니다. 두 소녀의 선명한 대비가 작가의 어떤 의도가 들어가 있다기보다는 보이는 순간의 찰나를  사심 없이  묘사함으로써 아이들의 다양하고 생동감 있는 모습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담아낸 것 같습니다. 흰 차양막 뒤론 아이들이 해변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저 멀리 바다 안쪽으로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보입니다.  소로야의 수많은 해변가 아이들의 작품들 중  이 작품을 가장 좋아하고 눈에 계속 담고 싶은 이유는  소녀들의 싱그럽고 풋풋한 모습에서 잠시나마  나 자신과 어린 시절 바닷가 여행에서 마주 한듯한 행복한 추억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블루와 핑크 , 화이트의 색채가  편안하게 조화를 이루며  오감으로  느껴지듯 바람의 느낌, 바다의 냄새,  빛의 풍부한 색채감이 마음을 편안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하고 밝은 아이들의 모습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표현하는 소로야의  뛰어난 묘사법은 행복한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호아킨 소로야 (Joaquin Sorolla 1863~1923)

  스페인 화가이며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의 영향을 받은 소로야는  1877년 자신의 고향 발렌시아에서 미술 공부를 시작하여  활동 초기에는 스페인의 어두운 사회상을 소재로 삼아 다소 무겁고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주로 그렸습니다.  그러다  '슬픈 유산'의 대대적인 성공을 기점으로  새로운 화풍의 전환점을 맞이하여 고향 발렌시아 바닷가인 지중해의 풍부한 빛과 생동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가 평생을 사랑하고 화폭에 담은 발렌시아 해변의 모습엔 눈부신 햇살과 푸른 바다, 역동적인 아이들과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고 따스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빛을 표현하는 기법이 대단히 사실적이고 풍부한 그의 작품들은 클로드 모네가 "빛의 대가"라고 호평할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즉 단순하게 빛을 표현한 게 아니라 빛이 사물에 닿아 투영되고 반사되어  흩어지는  그 순간의 '눈부심'을 묘사하는데 탁월했습니다. 빠른 붓터치, 빛의 색채와 효과 창출에 탁월했던 그는 여타 다른 인상파 화가들과는 차별화가 될 정도로 독보적이었다고 합니다. 그 시대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로 명성을 떨치며 작품 활동과 초상화 주문제작에 바쁜 와중에도 발렌시아 해변가를 찾아 물놀이하는 아이들, 해안가의 어부들, 바닷가를 산책하는 우아한 여성들을  빠르게 그려냈습니다. 그 순간의 생동감과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색감을 잡아내기 위해서입니다.  그가 담아낸 발렌시아 바닷가의 작품들에선 비릿한 바다내음과, 파도소리, 바람, 찬란한 빛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풍부하게  담겨있습니다.  물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첨벙 대는 물소리까지도 들리는 듯합니다.  그는 자연광이 풍부한 야외 외광 풍경화를 고수했는데, 빛이 풍부하게 남아있을수록 그림은 더 생기가 넘치고 진실되며 아름답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평생 세 아이와 아내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사랑꾼이자 애처가였던 소로야는  자신의 그림에도 아이들과 아내를 자주 등장시켰습니다.  스페인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살과 여유롭고 낙천적인 사람들을  스냅숏처럼  순간의 생동감을 포착하여 담아낸 소로야.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따스하고 행복한 미소가 저절로 떠오르는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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