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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of Miss Eliza Peel | 에드윈 헨리 랜시어 경(Sir Edwin Henry Landseer) | 년도 미상
한 소녀가 키우는 본인의 개인 것 같은 성견인지, 강아지인지 모르나 크기로 봤을 때 성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소녀의 작은 몸으로 두 손으로 껴안다시피 제법 크기와 무게가 있는 작지 않은 개를 들고 있는 초상화입니다. 에드윈 랜시어가 그린 이 그림의 제목은 ' 일라이저 필 양의 초상화'입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 소녀의 신분을 볼 때 19세기 귀족 집안의 자제이거나 왕가 쪽 집안 자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림에서 풍기는 이미지도 무척이나 고급스럽습니다. 대략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린 소녀임에도 고풍스럽고 우아한 분위기가 드러납니다. 부유한 환경에서 영양상태가 좋은지 혈색 좋은 발그레한 볼,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에 우윳빛 피부와 통통한 체형의 어린 소녀는 코카스파니엘 종의 개를 사랑스럽게 껴안고 화면을 약간은 도도한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개는 앞발이 들린 불편한 자세와 약간은 겁먹은 당황스러운 표정이 보입니다. 다루기엔 작은 개가 아니어서 소녀가 개를 안고 있는 포즈를 자세히 보게 되었습니다. 본인의 몸에 비해 약간은 큰듯한 개를 안기엔 부자연스러운지 왼손은 목 쪽을 오른손은 안정감 있게 뒷발을 받치고 안은 모습이 아니라 몸 밑쪽을 부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몸 밑을 보면 갈색 타월 같은 천으로 개를 감싼 채 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녀의 발밑을 보면 대리석 바닥 밑에 꽃잎과 꽃이 물 위에 떠있는 것을 표현한 걸로 보아 고급 대리석 욕조 앞에 서있는 모습입니다. 유추해보건대 소녀는 욕조에 개를 목욕시키고 타올로 말린 다음 정성스럽게 빗질을 한 후 말린 타월을 개와 감싸 안은채 포즈를 취한 듯합니다. 그림 오른쪽 밑에 보이는 큰 브러시와 손거울로 야무지게 개를 빗기고 보여준 듯합니다. " 자, 목욕하니까 이쁘지?" 하면서 개한테 사랑스럽게 말을 거는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소녀의 눈과 표정을 보면 야무짐과 총명함이 드러납니다. 본인의 신분을 봤을 땐 개를 직접 씻기고 말리는 어떻게 보면 거추장스러운 일과일 텐데 시중을 드는 사람을 쓰지 않고 본인이 직접 했다는 대견함이 자세와 표정에서 당당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니 안보이던 모습이 다시 보입니다. 개의 털 상태가 부드럽고 윤기가 흐르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이들과 동물을 그린 그림을 보면 마음이 순수해지고 미소 짓게 만드는 힘이 있어 좋아합니다. 이처럼 에드윈 랜시어는 동물 즉 개를 모델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이렇게 윤택한 환경에서 사랑을 받은 개의 그림은 보통 부유한 집안, 즉 왕가 쪽 개들을 그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들의 인생도 이렇게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에 따라 극명하게 표정이나 상태가 달라짐을 간접적으로나마 그림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에드윈 헨리 랜시어 경 (Sir Edwin Henry Landseer 1802~1873)
에드윈 헨리 랜시어 경은 19세기 영국에서 동물을 전문적인 소재로 삼아 활동한 화가입니다. 동물에 대한 해부학과 생리학에 대해 스승인 벤저민 로버튼 헤이든에게서 배우면서 놀랍도록 사실적이고 세부적인 동물 그림들을 그립니다. 그는 빅토리아 여왕 재위 기간 동안 여왕의 애견인 킹 찰스 스패니얼의 첫 초상화를 그리면서 여왕의 든든한 후원과 총애를 받게 됩니다. 그리하여 여왕과 왕가 가족이 애견과 함께한 초상화를 그리며 유명해지고 큰 성공을 이룹니다. 그가 그린 동물그림은 독특하게도 동물을 의인화하여 시대상을 풍자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동물들 중 개, 말, 수사슴 등을 주로 그렸는데, 그 당시 영국에서 유행한 동물 사냥을 통해 죽어가는 사슴과 그 옆의 아기 사슴을 비극적으로 그리면서 대중들에게 사냥의 잔인함과 애통함을 그림에 이야기적 요소를 부여하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우회적으로 사냥의 정당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독특하게 동물을 소재로 해서 19세기 영국 풍경화, 특히 눈의 질감을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하는데도 뛰어난 실력을 보인 그는 빅토리아 여왕과 최상류 층 귀족들의 후원과 사랑을 듬뿍 받은 시대와 재능을 잘 타고난 천재 동물화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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