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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Woman at a Sunny Window | 칼 빌헬름 홀소에 (Carl Vilhelm Holsoe) | 년도 미상

 

 상상을 해봅니다. 따사로운 오후 햇살이 은은하게 창가를 비추고 있고 의자에서 의류손질작업을 하고 있던 여성은 넌지시 창문 바깥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무슨 생각에 잠겨 있을까요.  오후의 늦은 햇살인지, 아침의 싱그러운 햇빛인지  알 수 없습니다. 여성의 손에 들린 하얀 물건이 옷감다발인지, 미술종이뭉치인지, 그리고 여성 앞의 작은 탁자 위에 있는 물건들도 대략적으로 유추해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림을 읽는 방법은 보는 이의 상상력과 개인적 경험에 의거해 수많은 생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즉 그림의 해석엔 정답이 없다는 것입니다. 제목 그대로 '햇빛이 잘 드는 창가의 여인'은 개인적 작업도중 잠깐의 시간을 내어  따스한 햇빛이 비추는 창가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구부정한 옆모습과 다소 통통한 체격, 간편한 평상복 차림에 꾸밈없는 머리 모양으로 보아선 평범한 중산층 중년의 여성으로 보이며  창가에 조금은 답답하게  화분을 여러 개 두고 왼쪽 옆에는 큰 화분이 놓여 있는 걸로 보아 식물을 좋아하고 잘 가꾸는 부지런한 전형적인 가정주부의 면모가 보입니다.  끊임없는 집안 살림살이의 피로와 고단함이 살짝 묻어 나오는 모습으로 어떤 생각에 잠겨 있는 걸까요? 군대에 징집되어 간 아들생각을 하는 건지, 아니면 건너편 마을에 시집간 딸 생각을 하는 걸까요?  이런 상상을 다시 해봅니다. 건너편 마을에 시집간 딸이 출산을 하여 손녀 또는 손자를 위한 기저귀나 아기옷을 만들고 있으며, 출산으로 몸조리를 하고 있을 딸 건강 걱정과 손주 또는 손녀 생각을 바깥에서 공놀이를 하며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고 말입니다. 이 땅 위에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어머니들의 가족을 위한 정성과 희생정신은 위대하다고 생각됩니다. 그 단편적이고 애잔한 모습을 홀소에의 이 그림에서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여성은 태어나 훗날 언젠가 어머니가 됩니다. 물론 예외적인 방향으로 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의 삶은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모성애로 귀결되는 듯합니다. 다시 말해  덴마크 화가들의 일상을 예술로 빚어내는 화풍이 홀소에의 이 그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아무렇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낮시간 동안의 햇살이 비추는 창문 앞의 생각에 잠겨있는 여인의 모습은 우리네 평범한 일상의 한 순간도 이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고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 그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따스한 자연광이 은은하게 퍼지는 실내공간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햇빛이 투명하게 비추는 불투명한 흰 커튼의 포근하고 따스한 실루엣입니다. 갑자기 저도 이 그림 속 여인처럼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일상의 시간 속에 잠깐 쉼표를 찍고 창 밖을 보며 무슨 생각을 자주 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내 젊은 날을 아름답게 회상할지, 출가한 아들, 딸 생각을 하게 될지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생각에 잠기게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사람은 추억을 먹고사는 지적 생명체로 이 땅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는 그 순간까지 가족생각에 매달리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칼 빌헬름 홀소에 (Carl Vilhelm Holsoe 1863~1935)

  

   덴마크 출신인 홀소에는  가까운 주위 실내공간과 그 공간 안에 머무는 대상을 소재로 예술성을 창출해낸 화가입니다. 

고요하고 정적인 실내공간의 개인적인 삶의 정황들을  따뜻하고 은은하게 퍼지는 빛으로 표현하여 새로운 공간으로 아름답게 표현해내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었습니다. 빛이 비치는 실내풍경을  따스하고 가벼운 붓터치로 표현하는 화풍을 가졌던 홀소에는 실내풍경화의 묘사로 크게 성공하고 인정받았습니다. 19세기말 산업화로 변해가는 기계적인 사람들의 삶에서 일상의 조용한 안정감과 정서감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점차 일어났고, 홀소에는 그 움직임에 동조하여 그림으로 표현한 화가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의 그림들은 대부분 조용한 실내 안에 고풍스러운 가구들과 소품들, 그리고 항상 여성이 등장합니다. 

여성들은 대부분 하나같이 등지고 옆으로 비스듬히 서있거나 의자에 앉아 있는데, 책을 읽거나 창밖을 보거나, 아니면 개인적인 어떤 작업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완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수그리고 있는 독특한 구도를 보여줍니다.   소란스럽거나 부산스럽지 않은 여성들의 정적인 모습은  하나같이 평범한 일상생활에 몰두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홀소에 작품들의 위대함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킨 홀소에의 실내풍경들은 단순한 실내모습이 아니라 따스한 자연광인 햇빛이  실내 곳곳 장식장과, 인테리어 소품에 반사되고 투영되어 퍼지는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하는데 뛰어났다는 점입니다. 밖이 어두워지는 시간에 실내에 켜진 전등의 노란 불빛이 따스하게 벽이나 장식품에 부딪혀 퍼지는 모습도 표현하는데 탁월했습니다.  이렇듯 북유럽 사람들의  일상도 예술로 승화시킨 미학적인 화풍이 홀소에의 모든 작품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치열하고 고되며 빨리빨리의 조급증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오늘날의 우리의 삶을 반추해 보게 합니다.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건지, 소소하고 심플하지만 느리게 천천히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순간순간에 집중해 보는 것도 그 나름대로 의미 있는 삶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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