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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isses Vickers | 존 싱어 사전트( John Singer Sargent) | 1884
여성 셋이 각기 다른 포즈로 편안하게 앉아 있습니다. 세사람다 시선이 제각각입니다. 화면에 시선을 똑바로 응시하는 오른쪽 여성, 책에 다소곳이 시선을 내리고 있는 가운데 여성, 화면 먼 쪽을 아련하게 응시하는 여성 모두 편안하고 어딘가 기품 있는 기운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세 여성 모두 비슷하게 닮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 세 자매로 추정됩니다. 20대 초반의 풋풋하고 생기 있는 아름다운 한 시절을 화폭에 담은 것 같습니다. 맨 오른쪽 여성이 나머지 두 명에 비해 원숙미가 느껴지는 걸로 보아 첫째로 추측이 되며 가운데 여성은 둘째, 마지막 하얀 시폰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막내로 보입니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Vickrers집안의 아가씨들인가 봅니다. 서전트는 초상화 화가로 이름을 알린 예술가로 주로 부유층의 여성들과 귀족집안사람들의 인물화를 그렸습니다. 이 아가씨들도 옷차림이며 표정에서 기품이 흐르는 걸로 보아 부유층 여성들로 추정됩니다. 첫째는 사려 깊고 책임감이 강할 것 같으며, 둘째는 배움에 욕심이 많고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한계에 긍정적인 반항을 할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막내는 미모로 보면 세 자매 중 제일 아름답고 선한 인상을 풍기는데 집안에서 제일 예쁨을 많이 받았을 것 같습니다. 입고 있는 옷도 제일 화려하고 아름다운 걸로 보아 막내는 왠지 백마 탄 왕자님의 간택을 받기를 간절히 기다리다 좋은 집안에 시집갈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여성들 시선처리와 자세를 단조롭지 않게 각각 구도를 개별적으로 잡아서 그려냈고, 편안하고 온화한 개별적인 표정들은 감상자로 하여금 단순한 초상화가 아닌 여성들의 관계 및 모습을 디테일하게 보는 재미를 주는 것 같습니다. 자매가 없는 저로서는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부러움과 기분 좋은 질투심을 느끼며 감상하게 됩니다. 서로 의지하며 지지해주는 자매가 있으면 친구가 별로 없어도 덜 외롭거나 삶이 덜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때로는 멘토 같고 선생님 같으며 부모 같은 형제자매의 존재는 곁에 항상 있음으로써 서로 좋은 자극과 시너지를 주는 귀한 존재들이 아닐까요? 이성적인 남매사이보다는 동성인 형재, 자매 사이가 서로의 발전과 성장에 있어 좋은 영향을 주며 마찰이 덜 할 것 같습니다. 이성적인 남매사이는 개인적인 경험상 성이 다름에서 오는 가치관, 견해 차이가 아무래도 좁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해 동성인 형제, 자매는 성이 같음에서 오는 공통점이 많아서 얘기가 잘 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물론 일반화시킬 수 없지만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이가 들어도 남매 사이보단 형제, 자매 사이가 서로 연락을 오래 하고 친구같이 지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존 싱어 사전트 ( John Singer Sargent 1856~1925)
미국화가인 사전트는 가난과 실패와는 거리가 먼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평생 예술적, 개인적인 성공과 성취를 이룬 보기 드문 화가였습니다. 그는 인물화와 초상화의 대가였는데, 그의 성공과 성취를 좌우한 초상화의 대상은 대부분 영국귀족, 미국의 대통령, 세계적인 백만장자들 등 거물급 인사나 부유한 사람들의 의뢰로 쌓인 것입니다. 그로 인해 부유한 예술가들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가난하고 소외당하는 계층들의 초상화에도 진심과 열성을 다해 그렸는데, 오히려 부유층 초상화보다 더 생생하고 열정적으로 그렸다고 평가받은 <엘 할레오 > (1882) 작품이 있습니다. 그의 초상화들 대부분을 보면 사진처럼 생생하고 풍부한 인물묘사에 감탄이 나옵니다. 도도하고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는 부자들의 표정과 자세를 보면 의뢰인의 입장에서 무척이나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 그러면 그렇게 수많은 부유층 사람들이 사전트에게 부탁하지 않았겠지요. 예술적 재능과 그의 부유한 삶이 부러울 수도 있겠지만 평생 결혼도, 아이도 없이 오로지 그림만 그린 그의 사생활은 개인적으로 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니면 한편으론 자유분방하게 구속 없이 산 진정한 예술인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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