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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읽기

비고 요한센의 ‘고요한 밤’

꿈꾸는 한여사 2022. 12. 28.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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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lent night/Happy christmas | 비고 요한센 (Viggo Johansen) | 1891

 

 

  가족의 소중함과 따뜻함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비고 요한센의 '고요한 밤'입니다. 크리스마스 밤 온 가족이 강강술래 하듯이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를  둘러싸고 캐럴을 부르는 것 같은 모습입니다. 아이들의 몸짓은 생동감 있게 제각각 다채로운 포즈를 취하며 트리를 바라보며 있고 맨 오른쪽 앞 여성은  따스하게 옆의 아이 얼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마 이 아이들의 어머니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 그림의 압권은 트리의 전구빛에 비추인 사람들의 모습을 밝은 앞모습과 어두운 뒷모습으로 나누어 섬세하게 표현한 점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일 년 중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명절인 성탄절의 기억은 전 세계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매년 매해 설레며 추억하는 날인 것 같습니다. 루돌프를 끌고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가지고 놓고 갈 수 있게 크리스마스 전날 밤 일찍 자야 된다고 부모님이 말씀하신 것을 곧이곧대로 순수하게 믿었던 그 어린 날의 동심이 그리워집니다. 12월만 되면 계속 보게 되는 이 그림은 보면 볼수록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힘을 줍니다. 이 그림 속의 아이들과 여성은 요한센의 자녀들과 아내라고 합니다. 가족의 일상, 집안일, 집 주변의 풍경등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그의 그림은 예술은 어떤 특별한 대상과 날들이 아니라  생활 속 모든 일상의 순간순간을 관찰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예술이고  아름다움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굳이 성탄절이라고 매해 돌아오는 날이 올해가 더 특별하다거나 의미 깊은 날이진 않을 겁니다. 그날 온 가족이 모여 따뜻한 밥을 같이 먹는 것만으로도 아니면 이 '고요한 밤'과 같이 온 가족이 트리를 둘러싸고 행복하게 캐럴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질 것 같습니다. 더욱이 요즘 같이 핵가족화 시대에 이 그림이 더욱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복한 가족 구성원 수에도 눈길이 가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  아파트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지 않은지 오래된 나날들.. 가족은 왠지 다복할수록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많이 들려오는 집일수록 행복도가 높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생각이 듭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니면 외식으로 성탄절을 대신하고 넘어가버리고 모든 날을 간소화해 빨리 끝내버리는 현대인의 각박한 일상과 대조적인 이 그림은 보면 볼수록 마음이 훈훈해지고 행복해집니다. 

 

 비고 요한센 (Viggo Johansen 1851~1935)

  덴마크 코펜하겐 출신의 화가로  어릴 때부터 피아노와 그림에  예술적 소질을 보인 예술인이었습니다. 그는 1890년대 덴마크의 가장 유명한 화가들 중 한 명이었으며 파리의 화가들 중 모네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초기엔 스카겐 근처의 혼백이라는 곳에서 주로 풍경화와 풍속화를 그리다  그곳에서 미술지도를 받던 마르타와 사랑에 빠져 여섯 아이를 둔 대가족을 이루며 화목하게 지냅니다. 그는 가족과 가족 주변의 일상과 환경을 주로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의 그림에서는 북유럽의 느리게 흐르는 단순한 일상생활에서 평범한 나날과 풍경들도 예술이 될 수 있는 미학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진 것에 만족하며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긍정하는 덴마크인들의 삶이 투영되어 나타납니다.  덴마크어 중 안람함을 뜻하는 휘게(hygge)와 알맞음을 뜻하는 라곰(lagom)이라는 말에서 나타나듯이 그의 그림들에서는  적당하게 만족하는 삶을 추구하는 일상이 엿보입니다. 그가 가장 즐겨 그린 대상은 그의 아내와 여섯 아이들이 집안에서 생활하는 일상이었다고 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아내가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모습, 아내가 부엌에서 꽃을 꽂는 모습, 아이들이 들꽃을 그리는 모습, 동료들과 얘기하는 모습 등등, 일상의 소박하고 관계에 충실한 모습에서 치밀하고 치열하게 사는 모습은 전혀 안보입니다. 그저 소박한 행복에 만족하고 자족하는 평범한 일상이 보일 뿐입니다. 빠르게 경쟁하며 여유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점점 늘어가는 강박증과 우울감에는 한 템포 느리게 주변을 돌아보며  쉬어가는 휴식이 필요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이런 쉼표 같은 요한센의 그림이 소박한 휴식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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