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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나의 모든 수업내용을 스펀지처럼 흡수해서 내 필체, 나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가르친 것을
그대로 거부감 없이 모방하는 것은 창작의 첫 단계에서 중요하지만, 이건 너무나 나보다 더 나인듯한 글을 보고 있자니
훌륭한 제자를 양성했다는 뿌듯함은 잠시뿐 , 나를 철저히 모방해서 나인척 하는 기괴한 그 아이의 행동에 소름이 쫙 돋았다.
나의 글 스타일 뿐 아니라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머릿속 생각까지 궁금해하며 닮고 싶어하는 그 아이는 평소 너무나 얌전하고
예의바르며 늘 앞자리에서 나로부터 시선을 떼지않고 열심히 집중하는 모습이 참 예뻤던 아이인데... 왜 나를 닮고 싶어하는지 너무 궁금해 의도를 꼭 알고 싶어 그 아이의 다른 글들을 죽 읽어보니 환경이 참 불우했던 아이였다. 어렸을때부터 학대받고 부모로부터 소외받은 아이는 본인의 마음을 표현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길이 글쓰기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내 수업을 청강하다 나의 내면을 끄집어 내는 따뜻한 글쓰기 수업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고 써있었다. 그래서 나를 롤모델로 삼고 나의 모든 생활방식도 따라하고 싶다는, 그래서 나처럼 글쓰고 살게되면 본인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훌륭한 어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품고 있다고 했다. 진솔한 그아이의 글에 순간 두려운 마음을 품었었던 내자신을 질책하며 그 아이를 꼭 안아주고 따뜻하게 속삭여 주고 싶었다. " 얼마든지 나를 모방해도 되. 네가 네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풀 수 있는 방법과 고달픈 네삶의 해답이 글쓰기를 통해 발견될 수 있다면 나를 얼마든지 스토킹하렴" 한참을 그 아이의 블로그 글을 읽으며 먹먹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펑펑 울었다. 내일 수업후 따뜻한 밥 한끼를 사먹여야겠다.
* 아..역시 글쓰기는 어렵다. 스토킹을 나쁘게만 보는 범죄시각을 바꿔서 좋은 결말을 이끌어내는 글을 써보고 싶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모든 상황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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