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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은 살짝 벌린채 바다로 향하는 뒷모습은 마치 어떤 경건한 의식을 치르는듯한 신중한 몸짓이었고 서두르는 기색이 없는 조심스럽고 차분한 발걸음이었다. 노을이 살짝 지기 시작하는 오후 5시. 평화롭고 아름다운 시골 어촌의 한적한 바닷가에 눈에 확띄는 강렬한 빨간색 긴 원피스 차림으로 바다로 향하는 한 여자. 결코 평범한 일상의 풍경모습은 아니다. 그러니 이 조그만 모텔의3층에 묵고 있는 내가 베란다에서 초집중을 하며 볼 수 밖에. 실연당한 여자인가? 아님, 정신이 안좋은? 어떻게 저런 원색의 빨간 드레스를 입고 돌아다닐 생각을 하지? 그 여자의 행동이 너무 궁금하여 들고있던 커피가 식는줄도 모르고 여자의 뒷모습을 계속 쫒고 있다. 음? 그런데 저 여자,,, 바다속으로 들어가는데?? 설마.... ? 아닐꺼야... 그 여자는 점점 바다속으로 걸어 들어가더니 바닷물이 허리춤에 차는 지점에서 잠깐 멈춘다.. 아... 신고해야 하나? 여기서 크게 부를까? 어떻게든 저지해야 하는게 맞겠지? 여기서 큰소리로 부른다고 멈춰서 돌아보게 만들정도로 엄청 가까운 거리는 아닌데,, 역시 신고해야! 나는 급하게 핸드폰을 들면서 그 여자의 행동을 주시했다. 그런데...순간 잘못 본건가? 그 여자는 허리춤의 그 지점에서 팔을 앞뒤로 살짝씩 흔들고 있었는데, 그 여자 주변으로 검고 긴 알수없는 물체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뭐지? 저건? 설마...상어?
점점 모여드는 그 검은 물체들의 수는 대충봐도 수십개가 넘어보였다. 아,,,역시 신고해야,,, 그런데 그 순간, 높은 휘파람같은 소리들이 연쇄적으로 그 여자 주변에서 울려퍼지는것 이었다. 핸드폰 카메라의 줌을 끝까지 당겨 살펴보니... 이건... 돌고래??
돌고래들이 고개를 들고 여자주변을 빙빙돌면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10마리 정도 되는 돌고래들이 그 여자를 완전히 빙 둘러싸고 그 여자몸에 주둥이와 몸을 한없이 비벼대고 있는것이 아닌가. 그 여자는 그 돌고래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조금 더 물속깊이 들어가더니 어깨선까지 오는 곳에서 다시한번 멈추었다. 무엇을 하는 건지? 돌고래들은 합창하듯 주둥이를 계속 흔들며 울어대는데 그 높은 휘파람 소리는 왠지 구슬프고 슬프게 들렸다. 그여자를 에워싼 돌고래들은 한참을 울어대며 여자몸에 밀착하여 원을 그리면서 돌고 있었다. 그리고 어깨선 지점에서 몸을 담그고 멈춘채 손만 내밀어 돌고래들을 쓰다듬던 그 여자는 한 10분쯤 지났을까... 서서히 뒷걸음질치며 물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모여있던 돌고래들은 하나둘씩 깊은 바다로 흩어지기 시작했는데,,,음? 근데 이상하다. 물밖으로 나오고 있는 여자의 옷이.. 하얀 원피스인 것이다. 분명 빨간색이었는데? 다시 계속 쳐다봐도 분명 하얀색이다. 물밖으로 완전히 걸어나온 그 여자는 바다를 향해 합장하며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다. 나는 홀린듯이 3층 모텔을 빠른 걸음으로 뛰어나와 그 여자를 향해 걸어갔다. 확인하고 싶었다. 그냥 단순한 호기심이지만,,, 내 추측이 맞는지. 그 여자는 내가 옆에 온지도 모르고 눈을 감은채 바다를 향해 합장한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완전히 젖은 원피스를 자세히 살펴보니,, 군데군데,, 빨간 얼룩같은 것은 조금 남아있었지만,,, 거의 빨간색은 빠진채 하얀색으로 변해 있었다. 원래 하얀 드레스였었나.. 묻고싶은게 많았지만 방해하면 안될 것 같아서 가만히 그 여자가 눈을 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5분쯤 지났을까,, 서서히 고개를 들고 눈을 뜬 그녀는 내가 옆에 있었던걸 알고 있었다는 듯 놀라는 기색없이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궁금하시죠? 내가 누군지,,, 그리고 왜 빨간옷이었는데, 바다속을 들어갔다나오니 마법처럼 하얀색 옷으로 바뀌었는지..."
"아 죄송해요.. 초면에 실례인줄 알지만 저 모텔에 묵고 있는데, 우연히 보게 되서요.."
"알고 있었어요. 여긴 외부 관광객이 거의 오지 않는 인적 드문 어촌이라 그쪽 시선이 따갑게 내리꽂히는걸 바로 알 수 있었지요"
아.. 알고 있었구나,,,내가 쭉 보고 있었던 것을.
"전 여기에서 한 3키로 떨어진 해양생물보호시설의 돌고래를 보호하는 연구원000에요."
역시...
"여기 이 어촌주위 바다에는 돌고래 서식지가 넓게 분포되어 있는데, 유독 이 근처에서 어린 돌고래들이 그물이나 고기잡이 배 모터에 상처를 입고 죽는 경우가 많아요. 이미 죽어 바닷가 근처로 떠밀려온 어린 돌고래들을 찾으러 부모나 형제돌고래들이 다시 바닷가 가까이 까지 오게 되면 그 돌고래들 목숨도 위험하기에 저와 연구진은 그 폐사된 어린 돌고래를 연구소에 데리고 와서 나름대로 장례를 치뤄줬지요. 그런데... 그 죽은 새끼를 찾는건지 바닷가 근처를 계속 맴돌며 울어대는 형제,부모 돌고래들의 안타까운 서성임이 자꾸 목격되서..이대로 두다간 이 돌고래들의 목숨도 위험해질것 같아... 많은 고민을 했어요. 어떻게 하면,, 이 친구들이 동료나 새끼의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애도를 끝내 그들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게 할 수 있을지."
여자는 바다를 아련하게 쳐다보다 물에 젖은 어깨까지 늘어진 생머리를 팔목에 감아둔 머리끈으로 야무지게 묶어올리면서 슬픈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 그랬구나...
" 그럼... 그 옷은,,, 원래 빨간색이 아니었던 거군요..."
"네 ... 추측하신대로에요.. 하얀 드레스에 ... 죽은 새끼의 피와 피부표면의 냄새를 묻힌 세상에 하나뿐인 수의인거지요."
이제 모든게 이해가 되었다. 그녀는 돌고래 장례를 치뤄주고 있었던 셈이다.
"저는 제 주위에 모여든 형제,동료,부모 돌고래들은 그들의 일원이었던 가족의 죽음을 몸으로, 주둥이로 이 원피스에 물든 그들의 체취에 비벼가며 기억하고 바다에 희석되어 다시 흘러가도록 특수 원단으로 원피스를 제작했어요."
바닷물에 잘 씻겨가고 돌고래의 피와 체취가 고스란히 퍼지도록 만든 하얀 드레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숭고한 드레스이자 하나뿐인 수중수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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