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ink and Clematis in a Crystal Vase | 에두아르 마네 (Edouard Manet) | 1883 이 그림은 건강이 악화되어 병마에 고통을 받던 인생 마지막 시기에 거동이 불편해진 마네가 그린 첫 야생화 정물화입니다. 지인들이 요양소에 있던 마네를 병문안 오며 가지고 온 꽃들을 꽃병에 꽃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움직임이 힘들어져 큰 화폭에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그는 이런 구도와 대상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사물을 매만지며 그리게 됩니다. 이 꽃들을 통해 자신의 생명은 빛을 잃고 꺼져가지만 싱싱하고 선명한 생명감을 나타내는 꽃들의 순간을 포착해 화폭에 영원히 가두고 싶은 마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디테일하고 세부적으로 대상을 표현하기보단 성글고 ..

Flaming June | 프레더릭 레이턴 ( Frederic Leighton) | 1895 이 그림은 19세기 영국의 신고전주의 화가이자 조각가였던 프레더릭 레이턴의 작품입니다. 신화 속 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스풍의 신비스러운 장소에서 대리석으로 된 테라스 너머 은빛으로 반짝이는 바다와 묘한 분위기의 신비스러운 여인의 달콤한 낮잠이 어우러진 이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상향의 편안한 휴식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아늑하고 달콤해 보이는 낮잠의 미학을 표현한 그림 중 최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그림을 바로 봤을 때는 너무나 불편한 자세로 어떻게 저렇게 푹 잘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표정을 들여다보면 불편한 자세와 상반되는 편안하고 완전한 숙면을 취하고 있는 여인의 표정에 묘한 안락함을..

On lake Attersee |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 1900 오스트리아의 휴양지로 유명한 아터제 호수는 클림트가 그의 연인 에밀리 플뢰게와 1900~1916년 동안 매 여름마다 휴가를 보낸 아름다운 호수입니다. 아터제의 물 빛깔은 영롱한 옥색과 민트색, 청록색, 코발트블루 등 독특하고 아름다운 색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연인과 매해 여름휴가를 이곳에서 보낼 정도로 클림트에겐 아터제 호수가 소중하고 중요한 장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던 곳이었을 겁니다. 호수를 보며 복잡한 도시 생활의 고단함을 잊어버리고 호수가 주는 고요함과 아름다운 색채에 영혼까지 쉴 수 있는 평안함을 누렸던 것 같습니다. 동시에 작업에 더 매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해가는 진정한 휴식처였습니다. 그림의 특징을..

Chill October | 존 에버렛 밀레이 (John Everett Millais) | 1870 밀레이가 1870년에 완성한 스코틀랜드 풍경화인 '차가운 10월'은 밀레이가 스코틀랜드 퍼스(Perth)와 던디(Dundee) 사이 테이 만(Firth of Tay) 어디쯤인가를 우연히 본 풍경을 기차를 타고 지나가다 나중에 다시 찾아와 테이 강(River Tay)의 배수지 플랫폼에 서서 직접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차가운 시월'은 밀레이의 후반기 작품에서 큰 사이즈로 그린 첫 번째 그림으로 밀레이가 만년에 그린 스코틀랜드 풍경화들 가운데 초기 작품에 속합니다. 이 작품은 황량하고 쓸쓸한 가을의 강가를 디테일하고 세밀하게 묘사한 순수 풍경화입니다. 마치 풍경 사진을 찍은 것처럼 밀레이는 세세하고 섬세하..